슈베르트 소나타 중에서 이 곡만큼 이리도 제각각의 연주를 들려주는 곡도 없을 듯…
다른 곡들은 그래도 대략 비스름한 곡상이 잡히곤 하는데, 이 곡만큼은 피아니스트들도 뭔가 혼란스러워 (혹은 어려워) 한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실제로 이 걸 쳐 보겠다고 몇 달 붙들고 있으니까 대번에 ‘어려운’ 이유가 뭔지 감을 잡았지만, 그 전까지는 도대체 왜 이 곡 연주들이 이리도 중구난방이었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에디션 차이가 그리도 심각한걸까.. 생각하곤 했었다.
아무튼 다른 악장들은 비슷 비슷한데, 1악장의 모습은 피아니스트들마다 아주 각양각색이다.
메인 테마를 다루는 방식, 메인 테마의 변형만으로 이뤄진 발전부에서 색깔을 입히는 방법, 다이나믹 마킹들의 표현들, 그리고 재현부를 어디로 끊어주며 연주하느냐에 따라 곡의 분위기는 완전 180도 달라져버린다. 코다의 분위기도 나름 제각각, 템포도 나름 제각각…–;; 슈베르트가 곡 안에 해석의 여지를 너무 많이 여러놓은 탓인지, 아니면 스스로 풀어야 할 수수께기를 너무 많이 던져놓고 간 탓인지, 어쨌거나 꽤 말꼬롬한 악보와 달리 연주자들의 표현은 정말로 각양각색이다.
폴 루이스가 슈베르트 앨범 내면서 중간에 이 곡만 쏙 빼놓고 녹음했던데, 그도 혹시 ‘캐릭터 작업’ 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일까??? D840 과 D850, D894를 을 앨범에 다 담아놓고, 중간의 845만 쏙 빼놓았다. 공연 일정을 살펴보니 올해 일정에 845를 연주하는 걸로 봐서 다음 앨범에 들어가려나 싶기도 하지만, 연속으로 이어진 곡들 중 이 곡 하나만 달랑 빼 놓았으니.. 다음번에 뭐랑 짝을 지을 지 감이 오질 않는다. 게다가 D784는 이미 D958이랑 이미 녹음했고 마지막 소나타 두 개도 녹음하지 않않나??? 그럼 중기 이후 소나타 중에는 이 한 곡만 달랑 녹음 안 한 셈이다. 그러구보니 안스네스가 슈베르트 소나타 낼 때도 기대 만빵이었는데 이 곡은 녹음하질 않았다.
마지막 글 써놓고, 각종 편집작업들이 이제는 좀 허무하고 귀찮아져서 (뭔 뻘짓인겨..+ 좀 더 인기있는 곡을 골랐어야 했어…. 등등..) 올려보는 시덥잖은 포스팅. 그냥 대략 손에 잡히는 거 골라서 올려봤는데 한 데 늘어놓고 들어보니 정말 심각하게 다 제각각이로세….~~~
….. 어떤 연주가 젤 맘에 드시나요~~?
<참고> (6) 번 연주는 포르테 피아노 연주./ 발전부 중간 ppp 기호들이 ‘우나 코르다’ 페달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5분 48초경)
(피아노는 한 개의 음당 세 개의 줄씩 되어있고, 해머는 그 세 개의 스트링을 동시에 때리게 된다. 우나 코르다 페달은 건반을 오른쪽으로 살짝 들어올려 이동시켜서 해머가 그 중의 한 개의 스트링만 때리게끔하는 기능을 하는 페달이다.) 슈베르트가 의도한 ppp 사운드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는 소리들이자, 현대 피아노로는 절대 구현 불가능한 소리이도 하다. 개인적으론 곡의 분위기가 정말 하늘과 땅 차이로 갈려버린다고 생각하는 부분…( 옛 피아노는 스트링이 전부 평행하게 배치되어 있고 해머가 때리는 스트링 수를 줄이게 되면서 음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리가 둔탁해지거나 몽롱 및 우중충해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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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다 매력이 있는데 (들을때 기분에 따라 다 다를듯) 일단 템포가 빠른쪽이 더 쉽게 와닿는군요 (2번이었나요?). 음향적인 시선으로 6번을 보자면 소리가 꼭 제 빈티지 스피커처럼 고음이 롤오프 되는 경향이 있고 울림이 빈약한 마른 소리네요. 저음도 어쩐지 안습의 바리톤 같은 부족함이 느껴지고. 이런 소리는 2번 같은 템포를 갖는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디너가 이런 방향 같네요). 대신 언급하신 ppp는 더 명료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군요. 하지만 다른 부분은 약간 멍청한 느낌이 나면서, 이게 편안한 느낌이 있기도 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아무튼 6개 샘플중 6번의 소리가 두드러지니 아무래도 돋보이는 점이 있네요. 특히나 앞의 5개를 먼저 듣고 들었더니 신선한 맛이 좋네요. 아마도 직접 들으면 6번은 공연장에서 좀 잘 안들릴 확률이 있을것 같지만 ㅎㅎ
레빈님은 역시 슈베르트보단 베토벤 팬이신 듯. ^^ 베토벤스럽게 연주한 걸 좋아하시는군요.~ 단순히 전체적 빠르기가 빠른게 아니라 악보에 존재하지 않는 가속을 붙인 연주입니다. 한 27초부터쯤 되겠네요. (이후엔 가속,감속이 곡 끝날 때까지 연주자 해석대로 계속 덧붙여집니다.)
브렌델님의 해석은, …… 제 생각으로는 이 곡을 ‘베토벤 템페스트’ 와 비슷하게 보신 듯 해요. 아주 쌈박하게 만들어 놓으셨지만…. 제 취향에는 가장 먼 연주입니다. 다만 귀에는 가장 쏙쏙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겠네요.
6번 연주의 멍청한 느낌은 조율법 차이 때문일 겁니다. 포르테피아노 연주가 대략 다 멍청하게 들리는 건 그 똑 떨어지지 않는듯한 느낌 때문인 것 같아요.. 개별 음들도 그렇지만 화음으로 눌렀을 때 그 어딘가 어긋난듯한, 그 근질거리는 거.. 전 적응하는 데 한 몇 년 걸린 것 같습니다. ^^ (비등분 조율법으로 바흐 평균율 1,2권 다 들으면 그 후엔 좀 귀가 적응되는 듯…)
안녕하세요. 처음 댓글 답니다. 각각의 번호의 연주자를 알려주세요.전 개인적으로 1번과 4번이 아름답게 들리네요. 제가 좋아하는 슈베르트 음악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린것 같아요. 그림자놀이님은 몇번의 연주를 선호하시는지 궁금합니다.
1. Ingrid Haebler
2. Alfred Brendel
3. Maurizio Pollini
4. Andras Schiff
5. Christian Zacharias
6. Andreas Staier 입니다.
다들 너무 개성 강하게 연주를 해 주셔서.. 딱히 맘에 쏙 드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 것도 없고… 그냥 나름대로 다 좋다, 정도입니다. ^^;; 그래도 손이 젤 자주 가고 오래 즐겨듣고 있는 건 쉬프 연주입니다만, 악보 보고 치겠다고 붙들고 있은 후로는 잘 듣지 않습니다.(쉬프 연주가 머리에 들어있으면 좀 곤란해져요. 템포랑 교묘한 리듬 때문에..)
… 사실 어떤 곡이든 악보 붙들고 치게되면 음반은 다 안 듣게 되긴 합니다만….. ㅠㅠ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 중에 악보대로 젤 잘 지켜 연주하신 분은 폴리니고, 예상 외로 젤 자의적으로 연주하신 분은 브렌델 이십니다. ^^ 845 소나타 관련 글 다 쓰고 마지막으로 연주들 비교해서 글 쓰려고 했는데, 덧글이 별로 없다보니 재미가 없어져서요.. 그냥 혼자 열심히 감탄하고 흥분하는 걸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
D.845…은근 많이 듣게 되는 곡이죠. 이 곡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정서를 외면할 수가 없네요.
워낙에 졸필이라 언어로는 어떻게 표현을 더 못하겠습니다만…
마약 같은 곡인거같아요. 늘 터뜨릴 듯 터뜨릴 듯 터뜨리지 않는 그런 분위기랄까요…?
저도 그림자놀이 님처럼 쉬프 연주에 가장 손이 많이 가네요.
참고로 전 폴리니 팬입니다만 폴리니 연주는 은근~히 손이 별로 안가더라구요.
슈베르트는 워낙 감정적으로 예민한 작곡가라서 너무 악보대로만 가주면 좋지 않은듯??(제 생각일 뿐)
몇 개월째 붙들고 늘어지다가 어제서야 4악장까지 다 끝냈네요.
마지막 코드에서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 징글징글한 곡입니다. 신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무척 힘들게 하는 곡인데…. 그런데도 뭐에 홀린것처럼 도무지 빠져나올 수가 없게 만드는 곡이네요.
악보에서 뉘앙스 잡아내기가 무척 힘든 것 같습니다. 악보 자체는 너무나 심플한데, 지시어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멀미 날 정도로 어려워요. (지시어의 갯수 문제가 아니라, 아주 정확하고 꼼꼼하게 적재적소?에 지시어들을 사용하는데… 그 위치가 정말 표현하기 ‘애매’ 한, 혹은 불가능처럼 보이는 곳에 있거든요. 혹은 피아노가 아니라 현악기를 다루듯 요청하는 부분도 있고 해서.ㅠㅠ)
엊그제 bbc에서 들었던 폴 루이스의 845 연주, 무척 좋았어요. 한 번 들어보세요.~